사진: VN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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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작은 골목 깊숙한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상점들의 세계가 있다. 수십 년 전에 사라졌을 만한 직업을 가진 전통 장인들이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 8시부터 판씨(To Hong Phan)의 이발소는 사람들로 붐빈다. 호안끼엠 항즈어이(Hang Ruoi Street) 거리에 위치한 이발소는 사람 한 명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10미터 정도의 짧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와야 찾을 수 있다.

내부에 손님용 의자는 겨우 세 개뿐,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붐비는 거리에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판씨는 올해 59세로, 16살 때 이 일을 시작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 판씨는 하노이의 비좁은 도로에서 이발사로 일을 시작했다가 10년 전 이곳으로 일터를 옮겼다.
 

자택에 이발소를 연 판씨는 단골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하루에 약 30~40명의 손님이 방문하고, 비용은 5만동에서 6만동 사이(약 3천원)다.

판씨는 “가게를 옮기고 손님이 없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어디를 가든 손님들이 따라와주니 참 다행”이라며 “우리 가게는 간판이 없는데도 사람이 붐빈다. 멀리서 오는 몇몇 손님은 기다리지 않기 위해 미리 예약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씨(Vu Thuan Hoa) 부부는 꿘스 거리(Quan Su Street)에 있는 건물에 사진관을 차렸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수요가 줄어들었고, 부부는 100미터 안쪽 골목으로 사진관을 옮겼다.

사진관 이전 후, 화씨는 사진을 그만두어야 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많은 단골들이 길을 찾기도 어려운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화씨의 사진관을 찾아오고 있다.
 

5제곱미터 크기인 화씨의 사진관에는 녹색 배경과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화씨는 “손님이 길을 잃으면 전화를 걸 수 있도록 골목 처음부터 전화번호가 적힌 표지판을 5개나 붙여 놓았다. 이렇게 많이 헤매야만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안끼엠에는 1000개가 넘는 작은 차선과 골목이 있다. 대부분 햇볕이 잘 들지 않고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이 골목에 위치한 주택들은 대체로 전체 면적이 약 15~20제곱미터 정도이다.
 

하이바쯩 화마 거리(Hoa Ma Street, Hai Ba Trung District) 골목에는 롱씨(Nguyen Ngoc Long)의 옛날 카메라 수리점이 숨어있다. 롱씨는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카메라 수리공이 부족하던 과거에는 간판이 없는데도 카메라 마니아들이 가게에 제 발로 찾아왔다.
 

요즘은 롱씨의 수리점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롱씨가 생계를 유지하고 전통 장인 기술을 보존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손님들이 여전히 카메라 액세서리와 부품 교체를 위해 수리점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롱씨는 47살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일을 했지만 그만둘 생각이 없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옛날 카메라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이 롱씨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수리가 필요한 카메라가 남아있는 한 내 가게는 계속 영업을 할 것”이라며 “내 가족의 유산을 계속 전하고 싶다”고 롱씨가 말했다.
 

꿕뜨잠 거리의 타잉미엔 골목(Thanh Mien Alley, Quoc Tu Giam Street)에는 45년 경력의 수선 장인이 있다.
72세 홍씨(Nguyen Thi Hong)는 매일 자신의 집 앞에서 부지런히 옷을 수선한다. 흔한 기술 외에도 홍씨는 주변의 실과 옷감을 사용하여 찢어진 옷 구멍을 메우는 기술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홍씨가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라고 말한다.
 

홍씨는 결혼 후 재단사가 되었다. 1954년에 일을 시작한 시어머니에게 처음 기술을 배웠다.
홍씨는 “옛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옷이 몇 벌 없어 옷을 수선하러 왔다. 요즘 사람들은 옷을 많이 사고, 그중 일부는 매우 비싸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싼 옷을 버리는 대신에 수선해서 입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낮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홍씨는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홍씨의 동기는 전통을 보존하려는 열정과 낡은 옷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즐거움에서 나온다.
 

호안끼엠 항앙거리(Hang Ngang Street)의 작은 골목 뒤편에는 도씨(Do Duc Do)의 집과 지퍼 수리점이 있다. 올해로 81세인 도씨는 5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도씨는 공구함을 들고 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 당시 항앙거리와 항드엉 거리(Hang Duong Street)는 지퍼 수리사로 북적였다. 그러나 현재는 수요가 감소하여 두세 명만이 이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도씨는 오랫동안 집에서 일을 했다. 골목 초입에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작은 간판을 걸어두어 손님들이 찾아오도록 했다. 도씨는 “아직도 몇몇 손님들이 나를 생각하고, 작은 가게에 찾아온다. 내 건강이 허락한다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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