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켓의 핵심가치 '일등이 아닌 일류기업'/출처=K&K 글로벌 트레이딩
K-마켓의 핵심가치 '일등이 아닌 일류기업'/출처=K&K 글로벌 트레이딩

최근 베트남 국내 대형마트업계 1위인 마산기업의 빈마트(VinMart)가 윈마트(Win Mart)로 브랜드명을 바꾸며 국산품 애용 켐페인을 홍보해 전체 품목에서 국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야심찬 계획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와 같은 보도를 접하면서 순간 겁이 덜컥났다. 안그래도 공동결속성이 높은 베트남이 만약 모든 제품분야에 대해 국산품애용 운동이 확대 전개된다면 베트남 현지 유통기반 우리 기업은 어떻게 될까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쳐갔다.

다행히도 K-마켓은 이런 외부적인 도전에 대비해 발빠르게 프리미엄화와 차별화라는 경영전략을 시도해 왔다. 이를 통해 현재 K-마켓은 토종업계인 빈마트는 물론 써클케이(미국), 세븐일레븐(일본), 이온몰(일본), 빅씨(태국), 롯데마트(한국) 등의 해외 대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증가로 가열되고 있는 시장경쟁 속에서도 이들과 경쟁社가 아닌 파트너社로써 국내외 유통기업에 한국제품의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도대체 K-마켓의 프리미엄화와 차별화의 전략이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하노이에 있는 몇몇 K-마켓의 매장 현장과 복합물류센타 현장을 직접 방문조사한 바 있다.

우선 필자의 집과 가장 가까운 하노이 남 뜨림(Nam Từ Liêm), 에머럴드아파트에 입점해 있는 K-마켓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하노이 남뜨리엠구 에머럴드 아파트에 입주한 K-마켓 내부 인테리어 모습/출처=상동
하노이 남뜨리엠구 에머럴드 아파트에 입주한 K-마켓 내부 인테리어 모습/출처=상동

무엇보다도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눈에 띈다. 보통 마트에서는 벽면에 위치한 진열장 위에 박스들을 적재하여 창고용도로 사용하는데 K-마켓은 이미지를 살리려고 사방 벽에 화가들이 직접 그린 다양한 그림이 들어가 있다.

천장에는 벽화와 어울리도록 형광등 대신 수십개의 럭서리한 조명등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그리고 냉장고 대신 전기세가 많이 드는 ‘오픈 다단’이 입구에서 부터 길게 설치되어 있다. 오픈 다단은 냉기가 항상 노출되어 있어 냉장고 문을 여는 수고가 필요 없이 누구든지 손쉽게 물건과 접촉해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온도가 명품을 만든다
필자의 방문조사 후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오픈 다단에도 세부적으로 온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정육은 0-2도, 과일은 5도  미만, 그리고 야채는 8도 미만이다. 야채는 온도를 너무 낮추면 서리를 맞아 신선도가 오히려 떨어진다. 이것은 바로 고객이 모르는 냉장관리 시스탬이다. 문제는 이렇게 제품을 신선하게 잘 보존하기 위해서 그만큼 전기요금이 많이 지불된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오픈 다단에 대해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실을 술회한다. “한국에서 냉장⸱냉동 방면에 최고의 회사가 풀무원인데요, 한번은 풀무원 총괄사장이 와서 우리 매장 다섯 군데를 둘러보더니만 '와~ K-마켓이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는데요!'라고 했습니다.  이 분은 무엇을 먼저 보느냐 하면 냉장고 온도도 확인하면서 제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한 것인데 어떤 마트의 매장이든 제품을 잘 관리하는지 안하는지는 냉장온도를 보면 안다는 겁니다 나는 그것을 처음 들었는데 우리는 다행히도 이미 그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식약청 냉장기준에 따른 오픈 다단의 온도가 8도 미만인데 유제품 냉장식품전문기업들은 5도를 요청하고 있다, 만약 8도에서 3도를 낮추면 유통기업들은 힘들다. 왜냐하면 냉장 온도를 3도 더 낮추면 전기요금 비용이 훨씬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K-마켓은 전기 비용이 많이 지출되는데도 불구하고 제품에 따라 0-2도, 5도, 8도를 맞추어 이미 운영하고 있다. 사실 과일같은 종류는 냉장온도 10도에 맞추어 놓아도 신선도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고 회장이 신선도 유지를 위해 고비용이 더 발생하는 냉장온도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일등이 아닌 일류기업이 되자’라는 회사의 핵심가치 때문이다.

단지 일등을 목표로 한다면 K-마켓의 매장의 수는 현재의 3~4배 정도 더 확장되었을 것이다. 오픈 다단의 온도 시스탬도 다른 마트에서 하는 것처럼 아주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매장의 고급화를 고려할 것 없이 매장 오픈 時 다른 마트의 매장 1개에 들어갈 비용의 3-4배를 투자할 필요조차도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일등이 되기 위한 매장확장주의(Market Share) 보다 일류가 되어 고객을 위한 라이프 쉐어(Life Share)에 부응하고자 하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철저히 따르고자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이어 호찌민 인근에 두 번째 유통복합물류센터 투자

그래서 K-마켓은 기존 베트남의 중소형 식품매장과 다르게 장비, 시설, 인테리어 등의 고급화의 브랜드를 추구하기 위한 프리미엄화에 매몰차게 투자한다. 그것의 부산물이 바로 화재 이후 2019년에 하노이 외곽, 푸미(Phú Mỹ)공단에 건립된 전체면적 2핵터(6000평)에 건평 9980㎡의 베트남 최초의 유통복합물류센터이다. 올해는 남부 호찌민시에 하노이 보다 1.5배 더 큰 3핵터(9,000평) 규모의 물류센터 설립를 위한 부지계약을 이미 마친 상태이다. 이렇게 물류센터에 큰 투자를 하는 것은 마켓 매장에도 제품에 따라 각각 보관 온도를 서로 구분시켰듯이 현재 운영중인 하노이 물류센터내의 창고시설에도 상온창고(5200㎡), 냉동창고(960㎡), 냉장창고(600㎡), 저온창고(340㎡)로 제품의 성질에 따라 세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K-마켓이 이처럼 온도를 중시하는 까닭은 식품유통의 생명은 신선도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같은 신(辛)라면이라도 여름에 뜨거운 40, 50도의 양철지붕 아래서 보관되는 것과 공기가 신선한 곳에 보관되는 상온제품과는 크게 다르다. 같은 상온보관제품이 유통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상한 제품이 나오는 것은 보관하고 있는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은 "어떤 시설에서 관리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베트남은 날씨가 덥다. 특히 북쪽은 고온 다습하다. 물류창고도 이에 맞춰 온도를 최적화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영하 25도 급속냉동시설도 설치해 놓았다. 풀무원과 같은 한국의 최고 유명 식품회사 대표들이 방문하여 극찬을 아끼지 않는 것은 한국에서도 이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베트남 유통업자들도 견학을 온다. 그러나 보고만 간다. 고비용 투자를 안 해도 영업이 되므로 따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고 회장은 과거에 자신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업을 했던 초기 시절을 떠올린다. “처음 유통할 때 냉동기가 어디에 있습니까. 냉동 콘테이너 중고 하나 사 가지고 와서 했을 때, 예고 없이 밤새 전기가 나가버리곤 했는데요, 전기가 나가면 아이스크림 같은 것은 녹았다가 얼리고 얼렸다고 녹아버리곤 해서 원형 보존이 상실됩니다. 모두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과자 같은 것은 녹아서 얼려져도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됩니다. 근데 소비자는 잘 모릅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주인은 알아도 고객은 모릅니다. 솔직히 저도 초창기에는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유통 인프라의 중요성을 알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해야됩니까? 내가 알았다면 고쳐야 되는 것 아닙니까? 식품유통은 핵심가치가 분명하지 않으면 먼저 내 자신이 부패하고 직원들도 따라 부패해버리고 맙니다”.

결국 고 회장에게 신선도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고비용이 요구되는 프리미엄화 전략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K-마켓의 프리미엄화 전략에는 차별화가 함께 따라붙는다. 고급화를 추구하다보면 투자비용으로 제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에 소비자의 가격 부담에 응대해야 한다. 따라서 고객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가능한 필요한 모든 종류의 상품구비와 서비스의 차별화를 필수로 꼽고 있다.

현재 하노이 시내 한인 거주 지역에 있는 K-마켓의 경우 교민 고객 편의를 위한 세탁 및 수선 서비스 업체가 입점해있으며, 베트남 관광 고객을 위한 현지 특산품이 판매되고 있어 다른 어떤 식품유통매장과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

K-마켓판 로켓 배송 예고

배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보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배송시 갑작스러운 온도의 변화로 제품이 행여나 상하지 않도록 신선한 제품의 신속한 배송망 구축(Cold chian system)도 차별화의 사고에서 나온다. 더욱이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위생적으로 더욱 깨끗하고 신선한 식품이 요구되는 때에 제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한 신속한 배송망(Cold chian system)의 구축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차별화이다. 향후 곧 추진할 ‘24시간 픽업 시스템’의 구축도 서비스 차원에서 기대되는 차별화가 될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이런 고 회장의 일류가치 속에 녹아있는 차별화 전략이 그의 하노이 한인회장 재임시(2014-2017)에 하노이한인회를 운영하는데도 적용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동남아에서도 짧은 역사를 가진 하노이한인회가 세계한인회대회에서 역사와 전통이 깊이 베어있는 거대 미주지역과 유럽 및 중국지역의 기라성 같은 유수(劉秀)한 한인회와 맞서 최우수상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싶다. 당시 대회에서 그의 모험적인 차별화 발상이 없었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아세안데일리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